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고양이 눈으로 본 인간 풍자소설

 

 

1. 작가 소개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는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로,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입니다. 1867년 에도에서 태어나 메이지 시대를 살아간 그는, 영국 유학을 계기로 서양 문학을 깊이 체득했고, 이를 일본의 문체와 철학에 접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마음』, 『그 후』 등이 있으며, 일본 지폐에 초상화로 실릴 만큼 국민 작가로 불립니다.

2. 주제별 요약 – 인간 군상의 풍자극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뚜렷한 사건 중심의 서사가 아닌, 이름 없는 고양이의 관찰과 사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작형 소설입니다. 때문에 줄거리보다는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유형과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작품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 지식과 말의 허영 – 미즈나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인 미즈나(迷亭)는 끊임없이 철학과 문학, 미학에 대해 떠드는 지식인입니다. 그러나 그의 언변은 실속 없고 공허합니다. 그는 단지 '말을 위한 말'에 집착하며, 이를 통해 지식인의 위선과 일본 근대 사회의 지식 열풍을 풍자합니다. 고양이는 이를 단칼에 비꼽니다. "쓸데없는 말이 많으면 오히려 허전할 뿐이다.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

💸 돈의 힘과 그 허상 – 가네다

가네다(金田)는 돈이 곧 권력이고 사회적 지위라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는 재력으로 사람을 사귀고 결혼을 중매하며, 사회를 조율하려 합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눈에는 그는 그저 돈만 있고 품격이 없는 졸부일 뿐입니다. 고양이는 "고기 국물 냄새가 난다고 해서 모두가 고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겉치레뿐인 부의 실체를 조롱합니다.

🧘 자기 수양의 허무 – 도쿠센

도쿠센(独仙)은 자기 수양과 금욕, 요가 수행에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건강과 정신의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고양이의 눈에는 단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몸부림처럼 보일 뿐입니다. 고양이는 그를 보며 "도에 이른 자는 도를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겉모습만 수행자인 인간의 허상을 꼬집습니다.

🏠 평범한 인간의 일상 – 구샤미와 가족

구샤미(苦沙弥)는 고양이의 주인이자 평범한 중등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그는 주변 인물들에 휘둘리면서도, 스스로 큰 뜻을 품거나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물입니다. 그의 아내는 잔소리 많고 실용적인 여성으로 등장하며, 이들 가족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축소판입니다. 고양이는 이들을 향해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이 삶의 전부라면, 그 삶은 너무 비좁지 않을까"라고 묻습니다.

🐾 관찰자로서의 고양이 – 존재에 대한 철학

무명 고양이는 이름 없이, 직업 없이, 언어 없이 존재하지만 누구보다 깊이 있고 냉정한 관찰자입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 위선,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록합니다. 고양이의 관찰은 점점 존재론적 회의로 이어지고, 결국 고양이는 욕조에 빠져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죽음조차 조용히 받아들이는 고양이는 인간보다 더 철학적인 존재로 남습니다.

3. 간단한 감상 – 나도 저 고양이의 눈으로 보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꾸 내 고양이의 눈을 떠올리게 됐다. 책 속 고양이처럼 우리 고양이도 나를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고, 쓸데없는 욕심에 허덕이는 인간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말을 하고,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살아가지만, 그 모든 게 진짜 나를 위해 하는 일일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웃기고 엉뚱하지만, 마치 철학책처럼 무겁고 날카로운 질문을 남긴다.

4. 함께 읽으면 좋은 책 3권

•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인간의 죄책감과 심리를 깊이 있게 그려낸 또 다른 명작.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인간 존재에 대한 무의미함과 타자성을 주제로 한 실존주의 소설.
• 『동물농장』 – 조지 오웰: 동물이 인간을 풍자하는 형식을 빌려 권력과 탐욕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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