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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 낯선 세계에서 ‘나’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by 시넘사 2025. 4. 20.

재판

 

– 다르다는 이유로 낙인찍히는 시대, 무감정한 진실이 외면당할 때

✍️ 작가 소개 –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

알베르 카뮈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소설가로, 1942년에 발표한 『이방인』과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 철학"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는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나 식민지배 아래에서 성장하였으며, 그 경험이 그의 작품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카뮈는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여겨지지만, 스스로는 ‘실존주의자’라는 정의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탐구했습니다. 1957년,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철학적 성취를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1960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줄거리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 『이방인』의 첫 문장은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입니다. 이 한 줄로 주인공 ‘뫼르소’라는 인물의 세계관이 압축됩니다. 뫼르소는 알제리의 평범한 회사원이자,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 무표정함, 감정 없는 태도는 주변 인물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뫼르소는 장례 후, 마리라는 여인과 해변에 놀러 가고, 친구 레몽의 갈등에 휘말려 '아랍인'과 싸우게 됩니다. 결국 그는 뜨거운 태양 아래,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총을 발사하게 되고, 그 아랍인을 살해합니다. 그는 체포되고 재판에 넘겨지며, 그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살인의 동기나 정황보다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심이 됩니다.

뫼르소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인생의 부조리를 직시합니다. 삶에는 원래부터 의미가 없으며, 인간은 모두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그는 오히려 평온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죽음을 앞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 분석: 감정의 부재가 죄가 되는 사회

  • 부조리(Absurd)의 문학
    카뮈는 『이방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을 말합니다. 뫼르소는 감정적이지도, 의도적으로 반사회적이지도 않지만, 사회는 그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는 ‘사회가 기대하는 방식’대로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가 됩니다.
  • “정상성”의 위선
    뫼르소가 비난받은 이유는 살인 그 자체보다, 감정의 형식이 사회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감정의 규범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뫼르소는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고, 그 무표정함이 결국 그를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만듭니다.
  • 법과 감정 사이의 괴리
    재판은 합리적 판단이 아닌, ‘도덕적 재단’에 무게를 둡니다. “그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장례 다음날 여자와 바닷가에 갔다”는 식의 정황들은 사실과 무관하지만, 감정적으로 유죄를 만듭니다.
  • 죽음 앞에서의 수용
    뫼르소는 사형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살아있는 시간’의 의미를 되찾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태양과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삶을 수용합니다. 여기서 카뮈는, 삶에 의미는 없지만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지금 우리에게 『이방인』이 던지는 메시지

지금의 세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다름’을 불편해하고, 감정 표현이 기준에서 벗어날 때 낙인을 찍습니다.

나는 『이방인』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모가 다르다는 것, 부와 신분이 다르다는 것, 심지어 감정의 결이 다르다는 것마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뫼르소가 불행했던 이유는 그가 ‘무표정’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의 표현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표준적인 반응’을 강요받습니다. 그러나 『이방인』은 그 ‘표준’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얼마나 억압적일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너무나도 평범한 진리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죽음을 맞는 뫼르소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에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