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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확장/조선왕조실록 100

거북선은 언제 등장했을까? 조선 수군 전함의 진화

by 시넘사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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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조선을 바다에서 지킨 전설의 무기, 거북선. 그러나 거북선은 갑자기 등장한 비밀 병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조선은 바다 위에서 싸우는 법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독창적인 전함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북선의 실전 투입 시점과 그 전의 전함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 조선 수군이 어떻게 해전의 강자로 거듭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조선 초기, 왜구를 막기 위한 ‘작은 배’들의 시대

조선 초기에는 해군이라고 부를 만한 정규 군대가 없었습니다.
왜구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각 지방의 수군이 소형 함선을 운영했으며, 이 배들은 대개 속도와 기동성 위주로 설계되었습니다.

  • 맹선(猛船): 작고 빠른 기습용 배
  • 포선(砲船): 화포를 소규모로 실은 초기형 전투선
  • 차유선(遮柚船): 초보적인 판옥선 형태로, 뒤덮은 지붕을 설치해 병사를 보호

이 시기의 배들은 육군의 보조 역할에 가까웠으며, 해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정도의 집단 전술이나 화력 집중력은 부족했습니다.


🧱 판옥선의 등장 – 수군 전술을 바꾸다

세종대왕 시기부터 조선은 체계적인 수군 강화에 들어갔고, 16세기 중엽에 판옥선(板屋船)이 본격 등장하게 됩니다.

💠 판옥선의 특징

  • 2층 이상 갑판 구조: 위층에서 활과 화포를 집중 발사
  • 병력 수용: 병사 수십 명이 탑승해 집단 전투 가능
  • 적선보다 높은 선체: 일본군이 뛰어들 수 없게 함

판옥선은 조선의 전열(戰列) 전술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배를 한 줄로 늘어세워 화포를 일제히 발사하는 ‘학익진’ 같은 전략도 바로 이 배 덕분에 가능했지요.


🐢 거북선은 언제 등장했는가?

많은 사람들은 거북선이 임진왜란 시작과 동시에 활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검증된 거북선의 첫 실전 투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옥포해전 (1592.5.7): ❌ 거북선 없음
  • 사천해전 (1592.5.29): ✅ 거북선 최초 출전

💡 왜 사천해전에서 처음 등장했을까?

이순신은 전쟁 전부터 거북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옥포해전은 기습전 성격이 강하고, 이미 판옥선만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천해전부터 적이 대규모로 상륙하자, 거북선을 돌격형 병기로 투입하게 됩니다.


⚔️ 판옥선과 거북선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항목 판옥선 거북선
구조 개방형 갑판, 다층 구조 지붕 덮인 폐쇄형 구조
주요 기능 대규모 화력전, 전열 전술 돌격, 혼전, 돌파용
전술적 역할 화포 일제사격 중심 적진을 가르며 혼란 유도
병력 수용력 다수 수용, 교대전 가능 제한적, 짧은 돌격에 적합

거북선은 마치 ‘해상 전차’처럼 선두에서 돌진하는 특수 전함이었고,
판옥선은 지속적 전투가 가능한 기본 전력이었습니다.
두 배는 ‘누가 더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이 달랐던 병기였습니다.


📜 이순신 장군의 전술: 배부터 다르다

이순신 장군이 강했던 이유는 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배의 성능을 이해하고, 배에 맞는 전략을 설계할 줄 아는 군인이었습니다.

  • 거북선 → 선두 돌진 후 전열 붕괴
  • 판옥선 → 후속 배들이 포위 및 화력 집중
  • 망선, 보조선 → 추격, 보급, 구조

이처럼 조선 수군은 단일 전함이 아닌, 전함 군단의 형태로 움직였습니다.
각각의 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이순신은 전체를 통제했습니다.


🎯 결론: 거북선은 결과물이지 시작이 아니다

거북선은 물론 위대한 발명입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수십 년간의 함선 발전, 판옥선의 대중화,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전술적 통찰이 있었습니다.

“거북선은 조선 수군의 결정체였다.
단지 신기한 배가 아니라, 이미 준비된 전략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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