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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읽은것 같은 줄거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상상력과 논리의 경계에서 춤추는 소녀

by 시넘사 2025. 5. 2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작가 소개: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

루이스 캐럴은 본명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으로, 1832년 영국 체셔에서 태어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사진작가, 그리고 아동문학 작가입니다. 수학 교수였던 그는 어린이들과 교감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였고, 특히 옥스퍼드 학장의 딸인 앨리스를 모델로 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1865년에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단순한 동화가 아닌, 언어유희와 수학적 사고, 철학적 패러독스를 가득 품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거울나라의 앨리스』까지 시리즈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2. 줄거리: 앨리스의 이상한 세계 여행 (시간과 사건 흐름 중심)

🕰️ 1단계: 현실의 오후, 그리고 추락

어느 한가로운 오후,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가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자 지루해하던 그녀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급하게 뛰어가는 흰 토끼를 보게 됩니다. 토끼가 "늦었어! 늦었어!"라고 외치며 달리는 모습은 너무도 이상했고, 앨리스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를 따라 토끼 굴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녀는 끝없이 떨어지는 듯한 통로를 지나, 완전히 다른 세계에 도착합니다.

🧃 2단계: 변형의 연속 – 커졌다 작아졌다

그녀가 도착한 방에는 작은 문과 열쇠, 그리고 "마셔요"라고 적힌 병이 놓여 있습니다. 그 병을 마시자 몸이 작아지고, 다시 케이크를 먹자 몸이 커지는 등, 자신의 몸이 계속 변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자아 정체성의 불안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 눈물을 흘려 거대한 눈물 웅덩이를 만들고, 그 속에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수영하게 됩니다.

🐭 3단계: 동물들과의 만남, 의미 없는 대화

물에서 빠져나온 앨리스는 쥐, 도도새, 앵무새 등 여러 동물들과 함께 "마른 경주"에 참여합니다. 이 경주는 누구도 규칙을 모르는, 무질서의 상징입니다. 이후 다시 흰 토끼를 쫓아 그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실수로 자신의 크기를 조절하지 못해 토끼의 집을 부수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 4단계: 말장난의 정점 – 애벌레와 체셔 고양이

숲에서 만난 애벌레는 담배를 피우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앨리스는 대답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집니다. 이어 만난 체셔 고양이는 항상 웃고 있고, 방향을 묻는 앨리스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는 아이러니한 조언을 합니다.

🍵 5단계: 시간의 붕괴 – 다과회

이후 앨리스는 모자장수와 3월 토끼, 잠자는 생쥐가 벌이는 다과회에 초대됩니다. 이 다과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정지된 공간으로, 끝없이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모순된 말장난이 오가며, 시간은 '삐져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앨리스는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끼고 자리를 뜹니다.

♠️ 6단계: 여왕의 궁전과 부조리한 규칙

길을 걷다 도착한 장소는 하트 여왕의 궁전입니다. 이곳에서 앨리스는 카드 병정들이 장미를 칠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곧 하트 여왕을 만나게 됩니다. 여왕은 사사건건 "저놈의 목을 쳐라!"를 외치며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릅니다. 앨리스는 이상한 플라밍고 크로켓 경기에 참가하고, 규칙도 말이 안 되고 도구도 말 안 듣는 경기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아무 소용없는 상황을 체험합니다.

🧑‍⚖️ 7단계: 재판과 각성

하트 여왕은 앨리스를 법정으로 소환하고, 다과회에서 훔쳐간 타르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증거는 모순투성이고, 증인도 엉뚱한 말을 하며, 판결은 부조리 그 자체입니다. 이때 앨리스는 점점 몸이 커지기 시작하고, 그들의 권력과 질서가 얼마나 허약한 허상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여왕과 신하들을 향해 크게 외치며 그 환상을 깨고, 눈을 뜨자 다시 현실의 강가였습니다.

🧩 인물 관계도 요약

  • 앨리스: 현실에서 이상으로,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주체
  • 흰 토끼: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
  • 체셔 고양이: 철학적 나침반
  • 모자장수와 3월 토끼: 시간의 모순과 반복성 상징
  • 하트 여왕: 권력과 광기의 우화

3. 감상과 해설: ‘이상하다’는 말의 의미

📌 감상 – 독자로서 느낀 '이상함'의 정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나면 언제나 장면 하나하나는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전체 줄거리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토끼, 말이 통하지 않는 애벌레, 웃는 얼굴만 남긴 채 사라지는 고양이, 모자장수의 다과회, 그리고 목을 베라는 하트 여왕까지… 이야기의 전환이 예고 없이 휙휙 바뀌어, 독자인 나조차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마치 꿈속을 걷는 것 같은 어지러움 속에서, 나는 ‘이건 무슨 이야기지?’라는 질문을 되뇌게 됩니다. 어떤 장면은 계란이 깨지는 소리 같고, 또 어떤 장면은 논리의 퍼즐을 일부러 흐트려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쩌면 명확한 결론이나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로 존재하려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해설 – 논리와 언어의 경계를 뒤흔드는 실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선, 인식론적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논리, 언어, 규칙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불완전한지를 보여줍니다.

앨리스가 겪는 사건들은 단순한 환상이 아닙니다. 언제든 변화하는 몸의 크기, 이해할 수 없는 말장난, 불합리한 재판, 권위를 조롱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세상의 '이상함'을 반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모든 연령층에게 다른 방식으로 읽히는 텍스트입니다.

무엇보다도 앨리스가 이야기 내내 자문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의 근원적인 물음입니다. 성장과 변화의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묻는 앨리스의 모습은, 현실 세계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줍니다. 그녀가 겪는 혼란은 곧 자아의 경계를 시험하는 통과의례입니다.

또한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로서, 이야기 전체에 언어의 역설, 비논리의 논리성, 수학적 추론의 풍자를 세밀하게 심어놓았습니다. 예컨대, 체셔 고양이의 방향에 대한 대화나 모자장수의 '시간'에 대한 설명은 모두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계관을 교묘하게 뒤틀며, 생각의 틀을 흔들어 놓습니다.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앨리스가 점점 몸집을 키우며 권력에 맞서는 장면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더 이상 ‘작은 존재’로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꿈에서 깨어나는 모습은 개인의 성숙을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이 책은 결국 질문을 남깁니다. 과연 진짜 이상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꿈속의 세계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이 현실일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도 여전히, 독자에게 스스로의 세계를 되묻고 돌아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거울입니다.

4. 함께 읽으면 좋은 책 3권 추천

  1.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전편과 연결되는 속편으로, 이번엔 ‘거울’을 테마로 공간과 방향이 전복된 세계가 펼쳐진다.
  2. 『피터 팬』 – 제임스 매튜 배리
    어른이 되는 걸 거부한 소년의 이야기. 앨리스와 비슷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다룬 작품.
  3. 『모비 딕』 – 허먼 멜빌
    심리적 상징과 철학적 난해함으로 가득한 고전. ‘의미를 묻는 질문’이라는 면에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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