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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독서 - 책책책/읽은척하기

📘 읽은것처럼-『1984』

by 시넘사 2025. 4. 21.

1984

 

🕰️ 먼지 낀 4월, 열세 시의 시작 

1984년 런던. 세상은 전쟁과 무지의 잔해 속에 자리 잡은, 절망으로 뒤덮인 풍경 같았다. 사람들은 말없이 걷고, 웃지 않았다. 빅브라더의 눈이 사방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고, 누군가의 시선에 늘 노출되어 있다는 기묘한 중압감이 공기를 삼켰다.

그날도 윈스턴 스미스는 늘 하던 대로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향했다. 낡은 신발 밑창에 달라붙는 먼지조차 무거웠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커튼을 쳤고, 숨겨둔 공간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그는 손끝을 떨며 펜을 쥐었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1984년 4월 4일. 오늘은 흐렸다. 창문 밖으로는 먼지만이 날아다닌다.” 그는 의식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려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긴장으로 꽉 차 있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금기의 시작이었다. 그가 마주한 첫 번째 금기, 생각범죄.

🧠 진실을 기록하기 – 생각범죄자의 각성 

윈스턴은 진리부에서 일했다. 그의 임무는 과거를 조작하는 것. 정치인이 했던 발언, 전쟁의 승패, 경제 수치까지 모두 재편되었다. 매일같이 '진실'을 고쳐 쓰는 일에 익숙해지면서도, 그는 그 안에 깊은 회의를 품고 있었다.

하루는 조작된 기사 속에서 예전 기억과 충돌하는 구절을 발견하고, 이질감에 몸을 떨었다. "당은 과거를 지배한다. 그러므로 미래도 지배한다." 그는 종종 혼잣말을 했다. "2 더하기 2는... 4다." 그 간단한 진실을 지키는 것이, 그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딘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 길을 멈출 수 없었다.

💌 줄리아의 쪽지 – 사랑의 첫 신호 

줄리아는 처음엔 의심의 대상이었다. 빨간 허리띠를 두른 그녀는 모범적인 당원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윈스턴의 손에 쥐어진 작은 종이쪽지.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 글자를 읽는 순간,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자신이 몰래 엿보는 눈에 들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의 첫 신호였다. 줄리아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고, 그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첫 만남을 가진 날, 손끝 하나 스치는 데조차 몇 분이 걸렸다. 그 첫 키스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우는 듯 조용했다. 두 사람은 숲속의 풀냄새와 하늘을 함께 기억했다. 그것은 비로소 인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 은밀한 사랑 – 인간으로 존재하기 

줄리아는 그를 ‘동지’가 아닌 ‘남자’로 불렀고, 그는 줄리아를 ‘연인’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 보낸 날들은 위험했고, 짧았지만 찬란했다. 그녀는 커피를 구해왔고, 그는 옛 노래를 기억해냈다. “오 체스트넛 나무 아래에서, 네가 나를 배신했듯, 나도 너를 배신했지...”

그 노래는 예언 같았고, 그들은 웃으며 잊으려 했다. 그 은신처 안에서는 시간도 감시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이, 두 심장이, 두 개의 자유로운 인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거짓된 평온 위에 서 있었고, 곧 무너질 운명이었다.

📕오브라이언의 초대 – 저항의 환상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믿고 싶었던 유일한 어른이었다. 그는 상냥했고, 지적이었고, 냉소적이었다. 그의 집에서 와인을 마시며 "형제단"의 존재를 들었을 때, 윈스턴은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듯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오브라이언은 조용히 웃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골드스타인의 책.

책 속엔 세계의 이념 구조, 전쟁의 목적, 당의 권력 기제가 조밀하게 담겨 있었다. 그것은 ‘이해’라는 이름의 희망이었지만, 동시에 ‘덫’이었다. 윈스턴은 마침내, 스스로를 저항가라 믿었다.

 🚨체포 – 감시의 끝, 배신의 시작

그러나, 방은 이미 감시받고 있었다. 벽 뒤에서 들려온 음성은 모든 것을 끝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감시 안에 있었습니다.”

줄리아는 끌려가며 “배신하지 마”라고 외쳤다. 윈스턴은 몸이 굳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들의 삶 전체가 조용히 무너졌다.

진리부 지하 감옥, 창백한 전등 아래, 그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고문을 받는다. 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고, 기억은 왜곡되었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그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나는 미쳤나? 당이 옳은가?” 그는 점점 당의 논리에 무릎 꿇기 시작했다.

🔥101호실 – 쥐 앞에서 무너진 사랑 

최종 시험은 공포였다. 그의 얼굴 앞에 쥐가 든 철망이 놓이고, 오브라이언은 말했다. “이 문을 열면, 네 얼굴로 달려들게 된다.”

그는 살기 위해 외쳤다. “줄리아에게 해줘! 나 말고 그녀에게!” 그 말은 사랑의 끝이었다. 그는 자신을 구했고, 그녀를 배신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파괴되었고, 다시 조립되었다. 오직 당의 부품으로서.

🪑 재회 – 감정이 사라진 자리 

카페에서 재회한 줄리아는 과거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말랐고, 피곤해 보였고, 목소리는 건조했다. “우리 서로를 배신했지.” 그 말에,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는 신문을 넘기며, 기사의 맨 아래를 바라보았다. 전쟁의 승리, 경제의 향상, 그리고 빅브라더의 연설. 그 순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한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건 진짜 끝이었다.

 

📌 지금 우리에게 『1984』는 무엇을 말하는가?

  •  감시 기술이 일상이 된 오늘,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가?
  •  사랑과 기억조차도 체제에 의해 뒤틀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저항을 할 수 있을까?
  •  진실이 조작되는 사회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