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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확장/속담 & 고사성어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도리어 매(지팡이)를 든다

by 시넘사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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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요약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지팡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남을 꾸짖거나 벌하려 드는 태도를 비유합니다. 한국 속담 “도둑이 매를 든다”와 같습니다.

1. 적반하장 뜻 (출처 포함)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문자 그대로 “도둑(賊)이 도리어(反) 매/지팡이를 멘다·든다(荷杖)”는 뜻입니다. 잘못한 쪽이 피해자에게 화를 내거나 처벌하려 드는 전도된 상황을 꼬집는 말입니다.

  • 賊(적): 도둑, 해치는 자.
  • 反(반): 되레, 거꾸로, 도리어.
  • 荷(하): 메다·지다·들다.
  • 杖(장): 지팡이, 매.

출처: 조선 후기 홍만종(洪萬宗)의 잡록 『순오지(旬五志)』에 “賊反荷杖 以比 理屈者 反自陵轢” (도리를 어긴 자가 되레 성내며 업신여김을 비유)로 풀이가 실려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착한 자생 사자성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중국·일본에서는 같은 네 글자 표현이 일반적 관용어로 널리 쓰이지는 않음이 확인됩니다.

2. 비유

  • 자연 현상: 자신이 낸 불길을 남 탓하며 소화기부터 빼앗아 휘두르는 격.
  • 인생·관계: 약속을 어긴 사람이 오히려 상대 태도를 문제 삼아 큰소리치는 상황.
  • 사물·현상: 오류 낸 시스템 담당이 감사·QA팀을 몰아붙여 책임을 전가하는 병리.
  • 사상·철학: 가해자 중심 서사가 담론을 장악해 정의 판단을 흐리는 현상.

3. 유래 이야기

적반하장은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사자성어지만, 중국 고전의 특정 고사에 바로 연결되기보다는 조선 지식인의 문헌에 정식 풀이가 기록·정착된 유형으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그 대표적 기록이 조선 후기 문신·시평가 홍만종의 잡록 『순오지』입니다. 『순오지』는 고사일문·시화·속언 등을 모은 필사본 잡록으로, 민간에 떠도는 표현과 격언을 한문으로 정리해 전한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서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도리어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다”는 뜻으로 설명되어, 오늘 우리가 쓰는 의미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네 글자의 조합은 시각적 은유가 선명합니다. ‘’은 본래 단죄의 대상이고, ‘’은 그 질서를 뒤집는 전환을 표시합니다. 마지막 ‘荷杖’은 매를 멘 자세, 곧 징벌의 주체가 된 듯한 포즈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가해자가 처벌권을 쥔 자처럼 군다”는 역전의 서사가 압축적으로 제시됩니다. 조선 시대의 상소·논설·평론 문맥에서 사회적 규범을 어긴 자가 여론 선점으로 오히려 상대를 누르는 장면을 경계할 때 이 표현이 쓰였고, 일상 언어에서는 “도둑이 매를 든다”라는 속담이 같은 뜻을 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적 용례입니다. 적반하장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굳어진 사자성어로 평가되며, 중국·일본에는 완전히 동일한 네 글자 관용형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어에는 倒打一耙(자기 잘못을 덮으려 오히려 상대를 몰아붙임), 賊喊捉賊(도둑이 도둑 잡자고 외침) 같은 의미상 유사한 숙어가 존재하고, 일본어에도 “盗人猛々しい”(도둑놈이 더 뻔뻔하다) 등 대응 표현이 있으나, ‘賊反荷杖’ 자체가 현지 관용 성어로 널리 등재·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정황은 적반하장이 한국어 담론에서 특히 강한 생명력을 얻어 온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도 이 말은 유효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해자가 선택하는 첫 전략은 흔히 프레이밍 선점입니다. “우리가 진짜 피해자”라는 서사를 앞세우거나, 반대로 피해자의 목소리를 무력화해 사실관계를 흐립니다. 이런 때 “적반하장”이라는 한마디는 장황한 설명 없이 책임 전가의 전형을 정확히 붙잡아 냅니다. 다만 감정적 규탄을 넘어, 시간·행위자·증거를 구조화하고 책임 배분의 원칙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전도된 구도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4. 현대적 쓰임 (활용 + 대화형)

4-1. 활용 요약

  • 일상: 잘못한 사람이 먼저 화내고 큰소리칠 때 상황 정리용 표현.
  • 학습·연구: 데이터 조작·표절 가해자가 제보자를 비난할 때 비판 용어로 사용.
  • 업무·조직: 실패를 초래한 팀이 타 부서에 책임 전가할 때 회의 기록의 요약어.
  • 정치·경제: 정책 실패를 국민·언론 탓으로 돌리는 담론을 지적할 때.
  • 미디어·문화: 가해 서사를 피해 서사로 둔갑시키는 편집·캠페인을 비평할 때.

4-2. 대화형 예시

  • 일상
    A: “네가 약속 어겼잖아.”
    B: “왜 그렇게 따져?”
    A: “이건 완전 적반하장이지. 사과부터 해.”
  • 학문·공부
    교수: “표절 의혹 제기했더니 네가 명예훼손이라고?”
    학생: “적반하장입니다. 원문 대조부터 하죠.”
  • 여행
    A: “늦게 와서 일정 꼬아놓고 왜 가이드 탓이야?”
    B: “그러네. 적반하장이었네. 미안.”
  • 회의·업무
    상사: “리스크 보고 누락한 쪽이 왜 QA를 몰아붙이지?”
    직원: “적반하장입니다. 프로세스부터 바로잡겠습니다.”
  • 정치·경제
    시민 A: “정책 실패를 언론 탓으로만 돌리네.”
    시민 B: “적반하장 프레임이죠. 수치로 검증해야 해요.”
  • 미디어
    앵커: “피해자 인터뷰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기자: “적반하장 비판이 나옵니다.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5. 비슷한 한자 성어

  • 후안무치(厚顔無恥): 낯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음.
  •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 입장에만 유리하게 끌어당김.
  • 지록위마(指鹿爲馬): 억지 주장으로 사실을 뒤집음.
  •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위치가 뒤바뀜의 비유.
  • 중국 유사 숙어: 倒打一耙, 賊喊捉賊(의미 유사, 표준 대응어).

6. 반대 한자 성어

  • 인과응보(因果應報): 원인에 따른 정당한 결과가 돌아옴.
  • 공명정대(公明正大): 공정하고 바름—책임 배분이 명확함.
  • 개과천선(改過遷善): 잘못을 인정하고 고침.
  • 자책지심(自責之心): 스스로 돌아보고 부끄러워함.

7. 교훈 및 정리

적반하장책임 전가의 전형을 경고하는 말입니다.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사실·절차·책임으로 판단을 세우면 전도된 구도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큰소리보다 먼저, 사실과 책임을 정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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