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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줄거리 중심 리뷰 - 감정을 배우는 소년의 성장기

by 시넘사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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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감정과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1. 작가 소개

손원평 작가는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동 중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창작자입니다. 『아몬드』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품입니다. 이후에도 『서른의 반격』, 『타인에게 말 걸기』 등을 발표하며 섬세한 감정선과 현대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소개

■ 어린 시절의 윤재 – 감정이 결핍된 삶의 시작

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아이입니다. 그의 뇌 속 편도체, 즉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작게 태어난 탓에 두려움, 분노, 공감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런 윤재를 엄마는 '문제아'가 아닌 '특별한 아이'로 키우고자 했습니다.

윤재의 어린 시절은 감정을 흉내 내는 훈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뻐야 할 때 웃는 법, 슬퍼야 할 때 우는 척하는 법,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본적인 사회적 표정까지.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에게 맞춤형 감정 대본을 만들어 주며 살아갑니다. 그들에겐 윤재가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의 비극

그러던 어느 해 크리스마스이브. 윤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엄마와 할머니가 정신질환을 앓던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윤재는 멀리서 그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는 공포도, 절망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었으니까요. 결국 엄마는 실종, 할머니는 사망. 윤재는 순식간에 혼자가 됩니다.

■ 보호자와의 새로운 일상 – 고요한 방 안의 소년

사건 이후 윤재는 경찰의 소개로 위층에 사는 의사 '이웃 아저씨'에게 임시로 보호받게 됩니다. 그는 윤재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고,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윤재는 철저히 혼자입니다. 이전보다 더 침묵 속에 갇혀버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 학교에서의 변화 – 곤이와의 만남

윤재가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됩니다. 학교에는 폭력과 분노로 가득한 '곤이'라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는 윤재에게 시비를 걸고 괴롭히지만, 윤재는 무표정하게 그 상황을 받아냅니다. 곤이는 윤재의 그 무감정함에 당황하고, 점차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둘은 말 없는 대치와 이상한 동행을 반복하면서 점차 감정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윤재는 곤이에게서 두려움과 외로움이라는 낯선 감정을 처음으로 관찰하게 되고, 곤이 역시 윤재에게서 어떤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도라 – 윤재의 세계를 흔든 소녀

도라는 육상부 소속으로 밝고 솔직한 여학생입니다. 윤재는 그녀의 웃음과 말투, 행동에 자주 흔들립니다. 그는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가슴의 두근거림, 머릿속의 혼란—을 느끼게 되고, 이것은 그에게 감정이란 것이 단지 결핍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 아몬드와 감정의 시작 – 결정적인 장면들

윤재가 진정으로 감정을 깨닫는 계기는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입니다. 곤이의 위기를 본 윤재는 처음으로 본능적인 감정을 느끼고, 도라 앞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서점’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윤재는 책을 보며 말합니다. “여기는 죽은 사람들의 무덤 같아.” 그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죽은 사람의 흔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겁니다. 윤재의 말은 곧 감정이란 것이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결말 – 감정을 살아가는 존재로

윤재는 감정을 완전히 회복하거나 극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달라집니다. 이제는 감정을 시도하고, 관찰하며, 무엇보다 감정을 통해 관계를 맺습니다. 곤이와의 우정, 도라와의 교감,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 속에서 그는 조금씩 ‘인간’의 형태를 갖춰나갑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격정적인 사건보다, 그 사건 속에서 감정이 없는 한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차근히 따라갑니다. 그 점이 이 작품을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3.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인물의 자의식과 외로움을 보여줍니다.
  •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감정 억압의 구조적 원인을 되짚는 사회비평소설.
  • 『소년이 온다』 (한강): 감정과 폭력의 경계, 기억과 아픔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 『페인트』 (이희영): 제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길들여지고 반항하는지를 보여주는 청소년 성장소설.

4. 짧은 감상

『아몬드』는 감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우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또 귀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윤재가 서점에 들어섰을 때 “죽은 사람들의 무덤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말이 책과 사람, 기억과 내면을 연결하는 듯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감정을 모르던 소년이 감정을 배우는 이야기가 이렇게 감정을 뒤흔들 줄은 몰랐습니다. 『아몬드』는 청소년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위한 성장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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