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 소개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멜빌은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수필가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모비 딕(Moby-Dick)』이 있으며, 생전에 상업적 성공은 크지 않았으나, 사후에 문학적 재평가를 받으며 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필경사 바틀비』는 그의 후기 단편 중 하나로, 인간 존재의 무게와 저항의 방식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입니다.
2. 줄거리
“I would prefer not to.”
이 짧은 문장이 모든 것을 흔든다. 조용히, 그러나 완강하게.
🏙 배경: 월스트리트, 19세기 중반 뉴욕
이야기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는 변호사가 화자로 등장하며,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의 필경사 바틀비에 대해 회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 등장인물과 관계
바틀비 – 새로 고용된 필경사. 조용하지만 점점 모든 요청을 거부하기 시작함.
터키 – 성격 급하고 충동적인 직원. 오후에는 흥분 상태.
닝저 – 오전엔 둔하고, 오후엔 정확한 타이피스트.
진크 – 잔심부름을 맡은 젊은 사환.
🕰 사건의 흐름
① 새로운 조력자, 바틀비
변호사는 업무량이 늘자 조용한 남자, 바틀비를 고용한다.
그는 정확하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말수가 거의 없다. 동료들과도 교류하지 않고, 식사조차 밖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그는 유령처럼 출근하고, 유령처럼 퇴근했다.”
② 첫 거절: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루는 바틀비에게 문서 대조를 부탁하자, 그는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리고 아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I would prefer not to.”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흔든다.
처음엔 실수로 생각하지만, 거절은 반복되고 확장된다.
이후 외근 요청, 대면 응대, 검토 요청 등도 모두 거부한다.
③ 이유 없는 무기력, 그러나 떠나지도 않는다
바틀비는 결국 업무를 전혀 하지 않게 되지만, 책상은 비우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자고,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는 그에게 변호사는 내보낼 수 없는 묘한 연민을 느낀다.
동료들은 분노하지만, 그는 침묵으로 응답할 뿐이다.
④ 결단: 도망치는 것은 변호사였다
고용주로서 강제 퇴거를 시키지도 못하고, 화내지도 못한 변호사는 결국 자신이 사무실을 옮겨버린다.
바틀비는 이전 사무실에 남아 있고, 새 입주자가 불만을 제기하면서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⑤ 감옥, 그리고 침묵의 죽음
바틀비는 **뉴욕의 감옥 톰브스(The Tombs)**에 수감된다.
그곳에서도 그는 식사를 거부하며, 점점 말라가고, 결국 감옥 안에서 벽만 응시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변호사는 그를 끝까지 찾아가지만, 바틀비는 끝내 마음을 열지 않는다.
후에, 그는 바틀비가 우체국에서 '사서함 정리'를 담당했던 과거를 듣는다.
그는 세상에서 버려진 편지, 읽히지 않을 말들만 다루던 사람이었다.
3. 감상과 해설
이 소설은 고구마를 한가득 삼킨 것처럼 답답한 느낌을 남긴다. 실제로 직장에서 바틀비 같은 인물이 있다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일 테고, 처음엔 나 역시 화자인 변호사의 입장에서 분노하고 황당해했지만, 읽다 보면 점점 바틀비 쪽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그의 침묵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무책임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되더라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내면의 벽을 마주한 고요한 절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필경사 바틀비』는 침묵과 무기력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무너지는 구조 속에서, 바틀비는 도리어 어떤 격렬한 혁명가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의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는 순응이 아니라, 가장 조용하고 절제된 반역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괴짜 직원을 그린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소외와 무기력, 그리고 비자발적 저항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묘한 감정이 밀려오며,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습니다.
4. 함께 읽으면 좋은 책 3권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한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일상에서 단절되는지를 기괴하고도 아름답게 그린 중편소설. 바틀비와 마찬가지로, 이유 없는 무너짐을 다룹니다. - 『1984』 – 조지 오웰
사회와 체제의 강압에 저항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탐구한 디스토피아 소설. 바틀비와는 정반대의 ‘저항의 외침’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 『모비 딕』 – 허먼 멜빌
같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바틀비의 침묵과는 정반대로 광기와 집착이 끝까지 뻗쳐 있는 서사. 멜빌의 사유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고전읽기 > 읽은것 같은 줄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줄거리– 조용히, 깊게 어른이 되는 이야기 (0) | 2025.05.29 |
---|---|
『연애소설 읽는 노인』: 글자를 읽는다는 것의 인간적인 권위 (0) | 2025.05.28 |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 사랑과 죽음의 비극 (0) | 2025.05.23 |
『앵무새 죽이기』 줄거리와 해설-지금도 살아 있는 명작의 메시지 (0) | 2025.05.21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상상력과 논리의 경계에서 춤추는 소녀 (0)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