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기습, 이스라엘의 전략, 그리고 감춰진 동기들
1.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질문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은 그날이 평화롭기를 기대했다. 유대교 최대 명절 중 하나였고, 안식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날 새벽,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전례 없는 기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국경이 뚫리고 민간인 학살과 인질 납치가 이어지자, 곧바로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쟁의 시작은 하마스의 도발이다. 그러나 단순히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에만 집중하면, 이 전쟁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왜 하마스는 그 시점에 공격했는가? 왜 이스라엘은 전례 없이 가자지구 전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반격했는가? 그리고 왜 국제사회는 이 전쟁에 유난히 침묵하는가?
이 글은 그 질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기록이다.
2. 전쟁의 시작: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그날 새벽, 하마스는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드론으로 감시탑을 무력화하고, 국경 장벽을 뚫고, 수백 명의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남부 마을에 침투했다. 로켓은 5,000발 이상 발사되었고, 공격은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을 향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유례없는 참사였다.
하마스는 단순한 반격이 아니라, 명백한 공세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테러라기보다, 정치적·전략적 의도가 담긴 ‘선제 도발’이었다.
3. 하마스의 동기: 단순한 테러인가, 전략적 타이밍인가
하마스의 공격은 충동이 아니라 계산된 전략이었다.
왜 하마스는 지금이 ‘때’라고 판단했을까?
- 팔레스타인 내부 정세: 요르단강 서안은 파타가 지배하고, 가자는 하마스가 통제하는 분열된 구조. 팔레스타인 전체 민중의 지지를 다시 모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이스라엘 내부 혼란: 2023년, 이스라엘은 사법개혁 반대 시위로 내분이 격화되어 있었다. 군 내부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하마스는 이 틈을 파고든 것이다.
- 외부 지원: 이란, 카타르 등에서의 자금과 무기 지원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 국제적 이목: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중 갈등 속에 중동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하마스는 충격적인 공격으로 다시 세계의 시선을 끌어올렸다.
즉, 하마스는 내부 결속과 외부 정치효과를 노리고 감행한 ‘정치적 도박’을 벌인 것이다.
4. 이스라엘의 반격: 대응인가 기회인가
하마스의 공격은 끔찍했고, 이스라엘은 전례 없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이스라엘의 반격은 단순한 방어였을까? 아니면 이 기회를 ‘활용’한 것일까?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쟁을 ‘하마스 제거 작전’으로 전환했다. 목표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가자지구의 군사·행정적 기반 전체를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병원, 학교, 식수시설, UN 건물까지 공격 대상이 되었고,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 기회를 통해 다음을 노릴 수 있었다.
- 하마스 완전 제거 명분 확보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무력화 → 단일 지배력 확보
- 중동에서의 군사적 위상 강화
-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
이 반격은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기회 정치’의 모습이었다.
5. 내부 위기의 외부 전환: 네타냐후 정부의 정치적 계산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오랜 독재자 같은 이미지와 반대 여론 속에서도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3년, 그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 사법개혁 강행 → 수백만 명의 거리 시위
- 군 예비역들의 복무 거부
- 부패·재판 리스크
그런 상황에서 일어난 하마스의 공격은, 네타냐후에게 ‘전시 총리’라는 새로운 정당성을 부여했다. 반정부 시위는 사라졌고, 반대파는 “지금은 단결해야 할 때”라는 명분 앞에 입을 닫았다. 이것은 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는 전형적인 정치 전략이었다.
6. 국경 너머의 손익: 미국, 이란, 카타르의 그림자
하마스를 직접 조종하는 국가는 없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는 있다. 대표적으로 **이란, 카타르, 레바논(헤즈볼라)**이 그렇다.
- 이란은 중동의 반서방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 전쟁은 이란에게 이스라엘의 국경을 흔드는 도구가 된다.
- 카타르는 하마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왔고, 이를 통해 중재자 역할도 자처한다.
-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이유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국내 여론의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동에서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그 스탠스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 전쟁은 하마스와 이스라엘만의 전쟁이 아니라, 그 뒤에 선 다수의 행위자들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게임이기도 하다.
7. 팔레스타인은 왜 늘 배제되는가
이 전쟁에서 가장 목소리를 잃은 존재는 정작 ‘팔레스타인 시민’이다.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피해는 이들에게 집중된다.
- 피난민은 200만 명을 넘었고,
-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며,
- 가자지구의 70% 이상이 파괴되었다.
세계는 “누가 옳은가”에만 집중하고, “누가 고통받는가”는 뒷전이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전쟁은 계속되고, 기억은 사라진다.
이 전쟁은 단지 국경의 충돌이 아니라, 권력의 재배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희생되는 건, 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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