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서를 즐기지만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이미 들어본 이야기가 반복되고, 예시는 상투성으로 흐르기 일쑤였습니다. 사람마다 경험은 다르지만 글이 되는 순간 표현의 창의성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에세이에 대해 늘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번의 삶』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수필이라 부르든 산문이라 부르든, 이 책은 개인의 체험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억지로 새로움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살아 움직였고, “이 정도라면 계속 읽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처음으로 품게 했습니다.
특별한 작가, 특별한 울림
김영하는 저에게 늘 특별한 작가였습니다. 목소리의 힘, 풍부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길어 올리는 언어의 창의성. 그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신선함을 느낍니다.
억지로 새로움을 만들지 않아도, 정확한 언어와 사유가 만나면 그 자체로 신선한 울림이 된다.
공감과 내적 친밀감
특히 두 부분이 오래 남았습니다. 첫째, 부모님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익숙함이 만든 자동 반응에서 반 걸음 떨어져 서 보려는 태도는, 제가 일상에서 자주 놓치던 지점을 찌릅니다.
둘째, 아무리 노력해도 ‘모태부자의 교양’에 쉽게 닿을 수 없다는 자의식에 대한 고백입니다. 저 역시 오래 품어온 감각이라 강한 공명이 일었습니다. 저는 그를 ‘모태부자의 세계에 속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그 또한 비슷한 자격지심을 언어로 꺼내 보일 때, 뜻밖의 내적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그 순간 그는 멀리 있는 상징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시대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이유
『단 한번의 삶』은 제게 에세이를 다시 생각하게 한 책입니다. 모든 에세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에세이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과장 없이 단단한 문장, 사적인 체험을 보편의 질문으로 건너가게 하는 시선, 그 균형이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읽어보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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