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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오늘의 책 (별점리뷰)

『영숙과 제이드』 별점리뷰 – 침묵 너머를 말하는 소설

by 시넘사 2025. 5. 23.

⭐️⭐️⭐️⭐️⭐️ (5/5)

 

1. 작품 기본 정보

  • 제목: 영숙과 제이드
  • 저자: 오윤희
  • 출판사: 리프
  • 출간일: 2024년 11월 15일
  • 장르: 한국 현대소설, 여성 서사

2. 작가 소개

오윤희는 기자 출신 소설가로, 동유럽과 미국 뉴욕 등지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글로 옮겨온 인물입니다. 『영숙과 제이드』는 그녀가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며 쓴 첫 장편 소설로, 침묵과 낙인의 서사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3. 줄거리 요약

『영숙과 제이드』는 ‘양공주’였던 어머니 영숙과 그 딸 제이드의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유품을 정리하던 제이드는 오래된 사진과 물건들을 통해 감춰져 있던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합니다. 이야기는 젊은 시절의 영숙으로 전환되며, 그녀가 어떻게 미군과 얽히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민자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낙인과 고통을 조명합니다.

딸 제이드는 그 모든 시간을 연민이 아니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하지 못한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복원해 갑니다. 그 과정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이기도 하며, 독자에게는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판단해왔는가?”

『영숙과 제이드』는 단지 모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침묵 너머의 인간 존엄을 되묻는 묵직한 증언입니다.

4. 감상과 해설

『영숙과 제이드』는 시종일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안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이야기의 구성 방식이다. 죽은 어머니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퍼즐처럼 삶의 조각들을 맞춰가고, 그 조각들이 이끄는 과거로 건너가 그녀가 겪은 침묵과 고통을 복기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체험하게' 만든다.

나는 특히 이런 이야기 구조에 깊이 끌린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한 발씩 따라가다 보면 인물의 감정과 시선, 침묵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마치 한 겹씩 얇은 장막을 걷어내듯, 서서히 타인의 내면에 도달하게 되는 감각. 그것은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고요하고도 강력한 통찰 중 하나다.

영숙은 단지 ‘양공주’라는 낙인이 찍힌 여성이 아니다. 그녀는 생존을 위해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쁜 사람들에게 속고, 사기를 당한 끝에 인생을 빼앗기고, 강제로 끌려간 삶이었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사정조차 외면한 채, 그녀에게 냉대와 침묵을 강요했다.

그 침묵은 결국 딸에게도 이어졌다. 그러나 제이드는 그 침묵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던지듯 이해하려 노력한다. 끝내는 어머니의 시선을 일부나마 체험하게 되면서, 독자는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판단해왔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단언하지 않는다. 다만, 낙인과 침묵 속에 살아온 이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절절한 여운으로 전달한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5.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여성을 향한 사회적 낙인과 일상의 침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여성의 독립성과 공간에 대한 상징적 선언.
  • 『소년이 온다』 – 한강: 목소리를 잃은 존재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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