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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문학 읽기/읽은것 같은 줄거리

『좀머씨 이야기』 줄거리부터 작가의도까지 정리

by 시넘사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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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이야기

1. 작가 소개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는 1949년 독일 암바흐 출신의 소설가입니다.
대중적으로는 『향수』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하는 문장과 독특한 시선으로 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85년에 발표한 『좀머씨 이야기(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는 본래 그림책 형식으로 출간되었으며,
삶과 죽음, 외로움과 침묵의 문제를 어린 화자의 시선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 줄거리

 

인물관계도

  • 화자(이름 없음): 이야기의 주인공, 어린 시절의 경험을 회상하는 1인칭 서술자
  • 좀머씨: 말없이 마을과 주변을 쉼 없이 걷는 중년 남성
  • 화자의 부모: 평범한 가정의 어른들
  • 피터: 학교 친구, 모범생
  • 에델트라우트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1) 불쑥 등장한 좀머씨

이야기는 화자의 어린 시절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 자신이 자전거를 타던 마을, 숲, 호수를 생생히 떠올립니다.
그 가운데 늘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좀머씨입니다.

그는 마을을 걷고 또 걷는 인물입니다.
우비를 입고, 지팡이를 짚으며 묵묵히 길을 걷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조용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누구와도 친하지 않으며, 갑작스레 마을에 나타나 다시 사라집니다.


2) 평범한 아이의 특별한 기억

화자는 당시의 자신을 평범한 소년이라 말합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고, 나무에서 떨어지고, 첫사랑에 설레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좀머씨를 주의 깊게 바라봅니다.
처음엔 그저 이상한 아저씨였지만, 점점 그의 존재는 아이의 기억 속에서 묘하게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잡습니다.

한편, 화자는 에델트라우트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웁니다.
그녀는 고압적이고 감정 표현이 과도한 인물로, 주인공에게 깊은 불안과 수치심을 안겨줍니다.
한 번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엉뚱한 음을 쳤고, 그녀는 모욕적인 말로 아이를 몰아세웠습니다.
이 경험은 화자의 자존감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결국 피아노 수업은 중단됩니다.


3) 어른들의 세계, 설명되지 않는 침묵

좀머씨는 계속 마을을 걷습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심지어 누군가 말을 걸면 극도로 불안해하며 자리를 피합니다.
화자는 언젠가 숲속에서 좀머씨가 손을 떨며 공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어른들은 관심조차 없습니다.
**“어른들은 언제나 그런 걸 묻지 않았다”**는 문장은, 아이였던 화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4) 마지막 장면, 그리고 기억 속 그림자

이야기의 마지막, 화자는 숲 속에서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합니다.
좀머씨가 호수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물속에 몸을 맡기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이 기억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좀머씨는 왜 그렇게 떠돌았는지, 왜 아무 말 없이 사라졌는지 끝내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화자의 성장에, 그리고 독자에게 잊히지 않는 인물로 남습니다.


3. 감상과 해설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뚜렷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읽고 나면 오랫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화자가 되어, 그냥 그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어른들처럼 아무 말 없이, 그의 마지막도 그렇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왜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왜 한 번쯤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남습니다.
좀머씨는 그렇게 힘겹게,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좀머씨 이야기』는 이야기보다 기억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관찰하고도 개입하지 못한 경험,
곁에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에 대한 인식에 있습니다.
화자는 어릴 적 자신이 봤던 그를 한 번도 잊지 못합니다.
좀머씨는 단지 말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세계에서 버텨야 했던 존재입니다.
이 작품은 고통을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해도 닿지 않을 거라는 단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침묵의 공모자였던 우리 모두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 이 작품은 줄거리가 아니라 침묵과 거리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좀머씨 이야기』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즉,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라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서 발생하는 침묵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 좀머씨는 왜 걷기만 했는가?
    작가는 그 이유를 끝내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독자도, 화자도, 그 주변 어른들도 그것을 묻지 않습니다.

이 침묵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어떤 ‘불편한 존재’를 조용히 외면하는 방식을 은유합니다.


🧍 작가의도: **사회적 타인화(他人化)**와 관찰자적 죄의식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모든 작품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물’**을 다뤄왔습니다.
『향수』에서는 후각으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살인자,
『좀머씨 이야기』에서는 말하지 않고, 다가오지 않으며, 설명되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 **좀머씨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자, “사회가 이름 붙이지 못한 타자”**입니다.
    그는 아마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인물이지만,
    작품은 그를 정신병자로 규정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습니다.

작가는 좀머씨를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문학적 정직성이라고 여겼습니다.
(※ 쥐스킨트는 이 작품의 해석에 대해 공식적으로 “추측하지 말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 화자는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야기의 중심은 좀머씨가 아니라, 화자의 기억입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하나의 고백문이자 반성문에 가깝습니다.

  • 화자는 어릴 적 어떤 비극을 목격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 어른이 된 지금에야 “사실은 그랬다”고 조용히 털어놓습니다.
  • 이 고백에는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도 섞여 있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를 잊을 수 없다”

 

이런 구조는 독자에게 **“당신은 이 침묵의 공범이 아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좀머씨 이야기』는 단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누군가를 외면하고 침묵한 적은 없는가라는 자아 반성의 이야기입니다.


📌 『좀머씨 이야기』가 왜 모호하게 느껴지는가

『좀머씨 이야기』는 사건 중심의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 침묵, 기억으로 구성됩니다. 그렇기에 명확한 설명이나 결론이 없는 구조는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모호함'으로 다가옵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지점 실제 의도 또는 기능
좀머씨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되지 않음 사회적 타자화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이해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존재 자체를 남김
말하지 않는 화자, 행동하지 않은 화자 침묵의 공범이라는 죄의식, 시간이 흐른 후에야 가능한 고백
플롯이 느슨하고 사건이 적음 줄거리가 아닌 기억과 정서, 관찰의 방식으로 구성된 서사 구조
결말이 명확하지 않음 독자가 스스로 기억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

💡 이 작품을 읽을 때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

  • 왜 그는 걷기만 했을까?
  • 왜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까?
  • 나는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말을 걸었을까?
  • 왜 화자는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을까?

이 질문들을 떠올리며 다시 읽으면, 『좀머씨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나 짧은 소설이 아닌 묵직한 성찰의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4. 함께 읽으면 좋은 책 3권 추천

  1.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냄새를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능과 외로움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2.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어른들의 세계를 의심하고, 본질적인 것을 본다는 점에서 화자의 시선과 유사한 구조를 지닙니다.
  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진 폭스
    말해지지 않는 고통과 침묵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관찰될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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